강승현입니다
    • 홈
    • 태그
    • 방명록

    카테고리

    • 전체 글 (121) N
      • 에세이 (3) N
      • 후기 (38)
        • 경험 (15)
        • SSAFY (9)
        • 코딩테스트 (3)
        • 넥스터즈 (6)
        • 회고 (5)
      • Degrees (2)
      • Tech (33)
      • OnlineJudge (45)
    에세이

    다정함은 학습할 수 있는가

    CODe_byCODe_·2026. 10. 23. 19:29


    말과 행동

    요즘 주변 지인들로부터 "다정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다정함을 많이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중요했는데 제가 이제야 관심을 갖게 된 걸 수도 있고요.

     

    제가 어릴 적 주변에서 봐왔던 가정에는 살갑게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챙기고,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해결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생활을 지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상도에서 자라서 그런 모습에 더 익숙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릴 땐, 이런 표현 방식이 투박하고 차갑다고 느꼈는데 시간 지나 돌아보니 그것대로 누군가를 진정 아끼고 있구나 하는 마음을 느낍니다.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툴러도 곁에 있는 사람을 잘 챙겨주는 모습은 그 나름대로 다정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함께 지내는 사람이 행동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서로를 생각하면서도 한 사람은 서운하고, 다른 사람은 무엇이 부족했는지 몰라 답답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있다는 것과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은 다른 일인가 봅니다.

     


    지인의 일상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예비 신랑과 함께하는 일상을 종종 올리는 지인이 있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웃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요.

     

    공유되는 일부의 모습만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저는 그런 스토리를 보며 서로가 다정하다고 느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보다 함께 생활하면서 상대를 신경 쓰는 모습들이 그렇게 느껴졌어요.

     

    어느새 두 분의 소식이 올라오면 반갑게 눌러보게 됐습니다.

    신랑과는 직접 만난 적도 없는데, 길에서 마주치면 알아볼 것 같은 내적 친밀감도 생겼습니다.

    그분은 저를 모르실 테니 혼자 반가워해야겠지만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다정함을 생각할 때 무엇부터 떠올렸는지 돌아봤습니다.

    살가운 말투나 자연스러운 애정 표현처럼 금방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이 먼저였습니다.

    함께할 일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상대가 놓친 것을 챙기는 행동은 책임감이나 성실함이라는 말로 설명했고요.

     

    하지만 책임감 있게 해낸 일에서도 상대를 아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신경을 썼는지 알고 나면, 처음에는 지나쳤던 행동도 다르게 보입니다.

    어떤 사람의 다정함은 그 사람을 조금 더 알고 나서야 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꽃

    누군가에게 꽃을 받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꽃이 예뻐서 좋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꽃집에 들어가 어떤 꽃을 고를지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느낌이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색을 좋아했는지 떠올리고, 어떤 꽃을 받으면 좋아할지 생각했을 시간.

    꽃을 받는 순간에는 보이지 않았던 과정입니다.

    오래 고민했다는 사실만으로 고마운 것은 아닐 겁니다.

    그 시간 동안 나를 생각했다는 걸 알게 돼서 더 기쁜 것이겠죠.

    같은 꽃인데도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그저 꼼꼼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에서, 나중에는 함께할 일을 잘 준비하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말수가 적어서 몰랐는데 내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챙겨주는 순간도 있을 테고요.

    같은 꼼꼼함이 어떤 날에는 답답하고, 다른 날에는 든든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느낌이 틀렸다고 할 일은 아닙니다.

    함께 겪는 일이 늘어나면서 그 사람에게서 보이는 모습도 많아지는 것이겠죠.

    다정함에도 이렇게 알아가는 과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눈앞의 행동만 보고 판단할 때는 놓쳤던 마음을 시간이 지난 뒤에 이해하게 되는 일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제가 아직 알아보지 못한 다정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익숙한 표현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필요

    그렇다고 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말로 모든 서운함이 풀리지는 않습니다.

     

    행동으로 잘 챙겨주는 사람이 “나는 원래 말로 표현을 못 해”라고 한다면, 상대는 계속 그 행동에서 마음을 읽어내야 할까요.

    반대로 따뜻한 말을 잘하는 사람이 함께 감당해야 할 일을 놓친다면, 그 말만으로 충분할까요.

    상대가 이미 하고 있는 배려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는 배려가 상대에게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기도 해야 합니다.

    같은 사람도 늘 같은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바쁜 날에는 일을 나눠 맡아주는 것이 고맙고, 속상한 날에는 해결책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반가울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좋아했던 관심 표현이 혼자 쉬고 싶은 날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그러니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 번 알았다고 끝나는 일도 아닙니다.

    함께 지내면서 다시 묻고, 때로는 해오던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다정함에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잘하는 표현만으로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다 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익숙하지 않은 말을 해봐야 할 때도 있고, 잘해주려고 했던 행동을 줄여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은 지금의 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말로 앞으로의 모습까지 정해놓을 필요는 없겠죠.

     


    익숙하지 않은 표현

    ‘다정함은 지능이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상대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상황에 맞는 말을 고르고, 자신의 반응을 조절하는 데는 분명 능력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일을 자연스럽게 잘하고, 누군가는 자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정함을 그 능력만으로 설명하면 마음에 걸리는 부류가 있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지는 못해도, 물어보고, 기억하고, 다음에는 다르게 행동해 보려는 사람입니다.

    물론, 알아서 해주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면 기쁩니다.

    그렇다고 알려준 것을 기억해서 해주는 일이 제게 덜 다정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신경 쓰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이야기니까요.

    어릴 때부터 부모나 가까운 어른들을 보며 익힌 표현도 있을 겁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겪으면서 뒤늦게 배우는 것도 있겠죠.

    배우기 시작한 때가 다르다고 그 마음까지 덜 진실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상대를 잘 대하고 싶어서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해보는 마음도 저는 다정하다고 느낍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말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신경 써야만 하던 행동이나중에는 습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가 충분히 배려받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배우는 과정에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경청하는 것도 포함될 겁니다.

    내 딴에는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불편했다면, 무엇이 그랬는지 알아야 다음에 다르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과 다른 모습

    편한 관계를 찾는다는 것에서도 썼지만, 저는 예전보다 감정을 바로 말로 옮기지 않게 됐습니다.

    제 화는 풀려도 제가 한 말은 상대에게 남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부터였죠.

     

    다정함도 이렇게 배워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신경 쓴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사람이 제 마음을 알아주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 경험을 더 할 수 있다면 계속 배워보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두고 “그 사람은 원래 그래”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그렇게 설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원래 표현을 잘 못 해”, “그런 걸 챙기는 성격은 아니야”라면서요.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말이지만, 앞으로도 달라지기 어렵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다정함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잘하는 사람뿐 아니라 서툴러도 해보려는 사람에게도 눈이 갑니다.

    한 번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해서 챙겨주거나, 전에는 무심히 넘겼던 이야기를 다시 물어보는 사람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먹고 해 본 일일 수 있습니다.

    표현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그 노력까지 놓치기는 아쉽습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했던 부분도 달라질 수 있겠죠.

    다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름대로 표현을 배우고 있을 수도 있고요.

    지금 서툴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에게 다정함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응형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편한 관계를 찾는다는 것
    • 부의 한계효용
    CODe_
    CODe_
    개발 글도 쓰는데.. 생각이 쌓일 땐 쓰고 싶은 글도 씁니다.
    최신 글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