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지원은 처음이 아니다.
두번째 시도 끝에 합격을 했고, 처음과 지원했던 부서는 달랐다.
후기를 적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인턴이 종료된지 2개월 남짓한 시점에 드디어 쓴다.
지원
아마 2019년부터 100% 온라인 접수로 변경된 것으로 알고있다. 3학년 2학기에 처음 동계 연구 연수생 지원을 했으나, 그렇다 할 프로젝트도 내세울 만한 스펙도 없었기에 기대는 안했다. 결과는 역시나 탈락이었다.
2020년 하계 연구 연수생 접수 기간엔 부서를 바꿔서 지원을 했다. 정말 기대를 전혀 안했다.
우선, 나는 해당 부서와 전혀 연관이 없는 정보보안 전공이다. 해당 부서는 개발 관련 부서였고 아마 프리캡스톤이나 학부 필수 과목에서 진행했던 팀 프로젝트가 해당 부서의 업무와 비슷한 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다들 알다시피, ETRI는 100% 자기소개서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므로 자기소개서에 모든 것을 녹여야 한다. 그렇기에 나도 자소서에 모든걸 담아내려 애썼다..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기대는 안했지만 자소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은 사실이다.
사실, 본인이 진행했던 프로젝트나 경험이 해당 부서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맞다면 나처럼 영혼을 갈아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기소개서
내가 지원을 하면서도 가장 궁금했고 어떻게 써야 남들보다 좋게 부각될까 고민을 많이했다. 누구나 열정, 꾸준함, 자발적 등의 단어를 쓰면서 어필할 것이 분명했기에 이 말들을 뒷받침 할만한 객관적인 근거를 내세우며 자소서를 쓰는데 집중했다.
우선 자소서 문항별 최대 글자수가 정해져 있다.
꼭 모든 문항에 글자를 가득 채울 필요는 없다. 내 인턴 동기들을 봐도 어떤 동기는 가득 채웠고 그렇지 않은 동기도 있었다. 뽑는 사람 마음이다...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항목(그나마 어필할 수 있었던 항목)은 학교에서 이수했던 과목과 지원분야 관련 경력 사항이다.
사실상,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쭉 나열했다. 프로젝트 항목은 적으면서 칸이 부족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내용까지 넣으려고 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나중에 인턴 동기들 자소서를 봤는데 내용이 없어도 합격한 친구도 있더라...
잠깐 학점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내가 아는 인턴 동기들은 최소 평점평균 3.9점대에서 4.5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다. 학점을 휩쓰는 괴물들도 많았고 인턴 도중에 학기 성적 결과가 나왔는데 내가 기억하기론 모두 4.4~4.5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스로 겸손해지는 계기였다..
학점이 낮은데도 지원가능 하냐는 질문엔 음,, 여러분이 자소서를 보고 뽑는 입장이라면 뭘 보고 뽑을지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학점을 커버할 만한 프로젝트나 성과 또는 경험이 있다면 그것을 중요하게 보는 부서도 있을 것이고 학점은 어느정도 받아놔야지! 라고 생각하는 부서도 있을 것이다. 부서 by 부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길 바란다.. 나처럼 운좋게 붙을 수도 있으니까,,
합격
2019년도엔 합격과 불합격 결과를 바로 알 수 없고 직접 조회를 해야했다.
결과는 처참했었다^^
창문에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백준 문제를 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문자가 오길래 봤는데,, 세상에나,, 성적이 높지도 않았고 전공도 달랐는데 합격하더라.
2019년과는 달리 문자로 바로 합격과 불합격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업무
자세한 내용은 적을 수 없으니 양해 바란다.
우선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중인지 브리핑을 들었다. 크게 2가지 분야로 나뉘었는데 이게 웬걸? 내가 학교에서 진행했었던 프로젝트와 겹치는 부분이 꽤 있었다.
바로 업무에 투입되진 않았고 그 동안 작성된 소스코드를 통째로 받고 1~2주간 분석하기 시작했다...
나는 눈으로 보기보다는 직접 실습하고 손으로 뭔가를 해야하는데 이 시간이 2개월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draw.io에서 Flow Chart를 그려가며 이해했다.
알고보니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프로젝트여서 분석 이후엔 버그를 찾고 수정하는 작업을 했는데, 어떤 부분은 주석처리가 되어있어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반면 주석이 없는 부분은 하나하나 함수를 따라다니며 이해했다...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한달정도 지났을 때 담당 박사님께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보자며 나에게 미션을 주셨다. 이 때 가장 행복했다 ㅎㅎ
보통 설계나 기획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진행을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 시도하는 분야여서 시간이 촉박했다. 무작정 시도해봤다.
결과적으로 내가 구현하려 했던 기능은 구현하지 못했고 초기 설계와 다른 기능으로 구현했다.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ㅠㅠ
자세한 내용을 적을 수 없어 아쉽지만 내가 2개월 동안 진행했던 분야는 웹 프론트, 백엔드, 서버 구축, 하드웨어 API 활용 정도다.
운 좋게 그동안 ETRI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전시&체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신선한 경험이었고 주말에 출근하는 대신 휴가 8시간을 부여 받았다 ㅎㅎㅎㅎ
분위기
미리 말해두지만 부서 by 부서는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있던 연구실의 분위기는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프리했고 서로 존중해 주셨다.
코로나 때문에 회식은 자주 못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을 못챙겨줘서 너무 미안하다고 하셨다.
어떤 박사님께서는 왜 내가 뽑혔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시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왜 합격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미 합격했고, 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기에 우리가 뽑았다."
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감동먹었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무리
제법 시간이 오래 지나서 희미한 기억들을 모아 글을 작성해봤다.
2개월이면 정말 짧은 기간이지만 내 학과 생활 3년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자부한다.
인턴 기간 내내 함께 했던 동기들과는 아직 연락하며 지내고 가끔 시간되면 보기도 한다.
박사님들에게도 많은 점을 배웠고 동기들에게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인턴 이후에 스스로 바뀐 점/경험들은 추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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