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생에서 석사라는 학위가 필요할까?
저는 공부에 흥미도 없었고 딱히 잘하지도 못했습니다. 겨우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공부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게 되며 흥미가 생겼어요.
그러나 대학생때도 학문 자체를 이해하고 공부하기 보다는 성적 따내기에 급급해서 요령대로 암기하고 공부하고를 반복해서 결국, 나쁘지 않은 학점으로 졸업하게 됩니다.
처음 석사를 고민했던 건 2020년이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머릿속 계산기가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취업이 늦어지면 돈을 버는 속도도 느려질 테고, 사회에 나가는 시기도 늦어지고, 결혼도, 커리어도, 계획했던 삶의 흐름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공부보다 일을 택했고, 석사보다는 경력을 쌓는 길을 걸어갔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습니다. 선택을 미뤘다고 해서, 고민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요.
시간이 지나면서 제 가치관도 변했습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삶보다는 그냥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말이죠.
석사라는 학위가 제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습니다. 시간도 노력도 들어가겠지만 그런거 신경 안쓰고 그냥 하고싶으니까 하기로 했습니다.
이 아티클까지 걸어오신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고 싶지만.. 이번 글에서 만큼은 시작하게 된 논리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요? 이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그런 계산적인 사고를 하기도 전에 그냥 몸이 이끌려서 하는것들요.
저는 적어도 지금 이 과정이 저한테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시리즈로 작성되는 아티클들은, 단순히 제 여정이 궁금하신 분들을 비롯해서 꼭 석사가 아니더라도 가슴뛰는 일들을 두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이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희망과 열정을 줄 수 있는 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이 맞는 타이밍일까?
석사를 하기로 결심한 순간, 모든 게 명확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정했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 있었습니다.
이 선택이 정말 내 인생에 의미가 있을까?
살면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불확실성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지금이 과연 맞는 타이밍일까?’라는 고민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시간" 이었습니다. 석사를 시작하면 최소 2~3년은 투자해야 하는데, 하루하루가 빠듯한 일상 속에서 공부를 위한 시간을 따로 확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퇴근 후나 주말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지칠 수도 있을 것이고,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도 컸습니다.
‘이걸 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반대로 ‘하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질문도 던져봤습니다. 석사를 하지 않는다면, 저는 지금처럼 현실과 타협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공부를 이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가는 배움은 체계적이지 않고, 제한적인 경험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저는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시간 외에도 현실적인 고민은 또 있었습니다.
이 과정이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커리어적으로, 기술적으로, 혹은 삶의 방향에서 석사가 주는 이점이 확실할까? 석사 학위가 곧바로 제 가치를 증명해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점은, 이 과정 자체가 저를 성장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이라는 환경을 벗어났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배우고, 도전하고, 고민하는 경험이 쌓이면 결국 저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했고,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도전에서도 늘 불안하고, 부족하고, 망설여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내딛는 것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 어학성적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원 요건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미국의 조지아 공대 OMSCS 과정을 목표로 삼았고, 학부 전공자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외국인 지원자에게는 영어 성적이라는 필수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 기준은 토플(TOEFL) 100점인데요, 숫자로 보면 단순한 기준일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꽤 큰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영어를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닙니다. 학창 시절에는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고, 실무에서 영어를 쓸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문서를 읽고 간단한 이메일을 작성하는 정도였지, 영어로 깊이 있는 논의를 해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석사를 하려면, 영어로 강의를 듣고, 과제를 수행하고, 토론을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점수를 따는 것이 아니라, 이 환경에서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춰야 했습니다.
이전까지 고민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현실적인 벽이었습니다. 이 학교를 목표로 삼고, 석사를 한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어학 성적을 만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이 와 닿았습니다.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석사를 결심한 지 이틀 만에 주말에 바로 학원을 찾아갔습니다. 상담을 받고, 학습 계획을 짰습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장점은 행동력이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다음 주부터 학원을 다닙니다.
사실 처음엔 ‘혼자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집을 사서 유형을 익히고,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혼자 이 모든 걸 감당할 만큼의 노하우도 없었고, 그럴 자신도 없었습니다. 석사를 도전하기로 한 이상, 결과를 만들어야 하니까 제대로 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주 예전에 학창 시절엔, 이전까지 저는 늘 고민하고, 비교하고, 망설이면서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시작하고, 과정 속에서 해결해 나가기로요.
완벽한 준비가 끝난 다음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준비하는 것을 선택해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런 학위가 없어도, 영어 공부 없이도 살 수 있는 길이 있겠죠.. (지금 삶도 좋으니까요)
그냥 지금처럼 실무에서 경험을 쌓고,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배우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지금까지 늘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내려는 태도로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네요. 대학 시절에도 성적을 따기 위한 공부에 집중했고, 실무에서도 당장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방식으로 해결해왔거든요.
석사가 단순히 학위 하나를 더 얻는 과정이라면, 저는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단순한 학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혼자 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우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남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더라구요.
마무리
앞으로 2개월간 근사치 점수에 도달할 수 있을지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희망이나 기대가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로 냉정하게 스스로를 평가할 예정입니다.
만약 기준을 넘지 못한다면, 그땐 인정하고 그에 맞는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석사 카테고리가 졸업까지 끝까지 연재되길 바라고 있지만, 어이없게도 연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일단 해보고, 안되면 그 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는 시간보다 부딪혀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프런 지식공유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MSA 전환이 취미입니다.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몰입감있게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