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난 3월 14일 역삼의 마루 180에서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1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컨퍼런스에 참여했습니다.
사전에 많은 회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변칙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흥미진진한 글또 백엔드&인프라 컨퍼런스 준비 과정과 후기에 대해 공유해볼게요.
저는 글또 9기 운영진을 하고 있으며 글또 내 컨퍼런스의 전반적인 운영/기획과 행사 당일 사회자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글또에서는 이 컨퍼런스를 "반상회"라고 지칭하고 있어요.
반상회라는 단어의 이유엔 성윤님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오랜만에 사람을 보면 "어떻게 지냈니~?", "잘 지냈니" 같은 서로 안부를 묻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처럼.
새로 이사온 입주민에게 "오 새로 이사오셨어요?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건네는 것처럼.
따뜻한 분위기와 모두가 대화할 수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신 것 같아요!
행사는 오후 7시 1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되었는데요.
하나 재밌는 얘기가 있다면 구성된 발표는 총 3개였으나 당일 현장에서 급히 하나를 취소하여 2개로 진행되었어요.
왜 취소됐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행사 모든 영역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보단 사회자와 가장 많은 연관이 있는 역할들까지만 다뤄보도록 할게요.
운영진만으로는 벅차, 도움을 주실 분?!
반상회 운영을 담당하는 글또 운영진 3명이 있었지만 대관, 기획, 발표자 모집, 굿즈 제작, 오프라인 현장 운영 등
운영진 모두 직장인이었기에 3명이서 하나의 행사를 운영하기에는 부족한 리소스였어요.
그래서 반상회 운영을 도와 주실 준비위원회를 모집했습니다.
많은 관심 덕에 총 17명의 준비 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효율적인 회의를 진행하자
회의는 여러명이 참여하여 어떤 주제를 가지고 논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실무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칫 회의시간이 길어지거나 논의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으면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는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짧고, 명료하게, 신속하게 의견을 공유하고 리딩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이야기하며 논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이런 것에 빠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글또 백엔드&인프라 준비위원회는 운영진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구성되었고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있다보니 한명이 발언권을 갖고 의견을 공유해버리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죠?
그래서 비동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했습니다.
이 방식은 글또 운영진 회의에서 처음 경험해봤고, 성윤님께서 알려주신 방식이었어요.
앞에 3명은 운영진이라 몇몇 질문의 내용 기재를 생략했지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 분들은 정말 꼼꼼하게 내용을 작성해주셨답니다.
오늘의 점수
회의와 무관해 보이지만 오늘 하루에 대한 본인의 점수를 매기고 그 이유를 적는 칸이 존재해요.
이 부분을 통해 이 사람의 감정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딱딱한 회의 분위기를 벗어나는 지점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동기 회의로 시간 단축
회의와 관련된 내용을 오프라인에서 한 명씩 번갈아가며 이야기 해본다고 생각해볼까요?
만약 이걸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각자가 이야기를 했다면 1분 * 20명 = 20분. 모두의 의견을 듣는데만 20분을 사용했을거에요.
물론, 자기소개의 경우 첫 자리인만큼 한 명 한 명 적어둔 내용을 읽었겠지만 이후 회의와 관련된 내용은 퍼실리테이터(회의를 리딩하는 사람)가 내용을 요약하고 공유합니다.
첫 회의에서는 간단히 방향만 정해보았어요
우리가 뭘 해야할지, 어떤걸 하고 싶은지, 각자 역할 정도를 분배했어요.
사람 냄새 나는 반상회
글또에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따뜻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뭔가 딱 정해진 틀이 있다기 보다는 누구나 나서서 의견을 얘기할 수 있고, 모두 격려하는 분위기라,
제가 생각했던 커뮤니티와는 거리가 좀 있었죠.
아니 이런 따뜻한 분위기가 가능했어?! 라며 처음엔 놀라기도 했어요.
글또에서는 한 기수에 5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같이 생일을 축하해주기도 해요.
그래서, 반상회의 방향성도 그런 분위기를 원했어요.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기술만 공유하는 느낌 보다는, 글또 커뮤니티 자체에서 풍기는 "사람냄새 나는 컨퍼런스" 였죠.
저 뿐만 아니라 준비위 대부분이 동일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렇다는 것은 글또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빠르게 결정 되어야 하는 것
대부분의 오프라인 행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단연 대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넥스터즈 회장을 해오면서 대관 이슈와는 지긋지긋하게 싸워왔기에 어떤 장소에 대관은 어떻게 하는지, 위치는 어떤지, 퀄리티는 어떤지 등 꽤나 이해도가 높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저는 대관을 담당하기로 했고 가장 접근성이 좋은 위치인 강남을 위주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경험상 마루 180이 가장 좋았기에 마루 180을 우선순위에 올려두고 스케줄을 확인했는데,
3월 14일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시간이 비어있더라구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예약을 걸고 대관 담당자의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오.. 한 번에 대관은 클리어해버렸어요.
이렇게 행사 날짜와 시간이 정해졌답니다.
오프라인 회의 진행
너무 많은 양의 안건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엔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첫 회의 때 대략적인 역할을 분배했으나, 너무 유연하게 역할이 정해져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각 역할에 복수적으로 배정된 인원도 있었고 역할 자체가 세분화 되지 않아서 배정된 인원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해 보였습니다.
슬랙에서 각 역할 스레드를 생성하여 주도적인 진행을 기대했으나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체 인원이 모이는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논의 주제
짧은 시간에 15가지 정도의 안건을 얘기할 수 있었어요.
회의는 평일 오후 7시 40분부터 10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 반상회의 컨셉
- 기획에서 어떤 것을 논의해야 할까?
- 타임테이블
- 발표 갯수
- 네트워킹 최소 시간
- 뒷풀이
- 네트워킹
- 컨셉의 구체화
- 반상회 참여자 케어(방문 시 전반적인 안내)
- 자리 배치는?
- 행사 부스도 해볼까?
- 소품(인쇄물)은 어떻게 할까
- MC는 누가 보면 될까
- 중간 이벤트
- 신청 인원 제한은?
물론, 이 때도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 비동기적인 진행을 했습니다.
오프라인 회의는 성윤님이 진행해 주셨는데 확실히 온라인보다 진행이나 결정이 빨랐습니다.
첫번째 회의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할 수 있었고, 각 역할별로 그룹을 묶어서 방향에 대해 짧게 얘기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회의 종료 후 일부 인원을 제외하곤 뒷풀이 시간도 가지면서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답니다!
성윤님께서 회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주셨어요.
확실히 온라인 회의보다 더 구체적인 역할이 정해졌고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최소화했습니다.
저는 행사 당일 사회자를 담당하기로 했어요.
발표자 모집
오프라인 회의 이후 성윤님께서 정말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발표자가 정말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2명만 지원하였고, 남는 한자리에 제가 신청을해서 3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발표 주제는 모두 다른 영역이 등장했어요.
GRPC, Kafka와 트레이드 오프 관계, 취업/이직 총 3개 주제였고 꽤 기대되는 발표들이었답니다.
발표 시간은 단 20분이기에 정말 짧은 시간이었고
저는 행사 준비와 발표를 병행해서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참여자 모집
마루 최대 수용 인원은 140명으로 적은 수가 아니지만, 글또 백엔드&인프라 인원이 200명을 넘어가기에 사전에 인원 파악이 필수였어요.
또한, 해당 직군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여서 굿즈 물품 준비나 피자, 좌석 배치 등
사전 인원 파악은 필수였죠.
얼마나 올까?
설문 접수자는 약 150명이었어요.
이 중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112명으로 매우 많은 인원이었습니다.
넥스터즈 행사에서 최대 80명 정도의 인원을 컨트롤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었고,
심지어 그 때 당시엔 개발자+디자이너 합한 인원이었지만, 이번 반상회에서는 백엔드&인프라 직군의 비중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심장이 뛰는 상황이었죠.
행사 당일, 발생해버린 사고
사회자라면 반드시 반드시 숙지해야하는 타임테이블입니다.
각 시간 사이에 어떤 이슈가 있을지 미리 예측해야해요.
제 경험상 발표자 간 전환하는 타임에 노트북과 화면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딜레이 되는 것을 많이 경험했어요.
그래서 사전에 발표자들의 자료는 미리 받아서 이런 불상사를 제거했답니다.
행사 시간을 줄여주세요
마루 180은 정말 많이 이용해본 대관장소에요.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타임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죠.
위 타임테이블을 보시면 9시 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대관 담당자께서 9시에 무조건 행사를 종료해달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30분을 어떻게 확보해야하지?
살짝 뇌정지가 왔어요.
10분정도면 진행을 빠르게 하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데, 최소 30분을 단축해야만 했습니다.
처음엔 네트워킹 시간을 줄일까 생각도 했지만 반상회 컨셉이 서로 연결되는 컨셉인만큼 건들기가 애매했어요.
그래서 과감히 제 발표를 제거해버렸습니다.
일찍 퇴근하고 피피티 갈아엎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지만 어쩌겠어요.
발표자로써, 사회자로써의 페르소나가 있다면 저는 발표자이기 이전에 운영진(사회자)였고, 발표는 언제든 다시할 수 있으니까요.
타임테이블 최최최종.jpeg
이렇게 9시까지 행사를 마무리하는 타임테이블로 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트워킹
반상회에서 발표를 듣는 만큼이나 기대되는 시간이죠.
참여한 인원들을 기준으로 총 19개의 조를 편성했습니다.
사전에 참여신청 할 때 원활한 조편성을 위해 미리 설문을 준비했어요.
설문 결과
첫번째 문항은 말하는 편이 8%, 중간이 62%, 듣는편이 29%를 차지했습니다.
두번째 문항은 자유주제와 이직,커리어 주제가 약 70%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어요.
조 편성 방법
위 설문 결과를 통해 각 조에 말을 주도적으로 하시는 분들을 꼭 한 명 이상씩 배치를 했습니다!
현장에선 각 조별로 의자를 동그랗게 모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걱정했던것과 달리 다들 너무 왁자지껄 대화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화 주제 제공
막연히 누군가와 대화를 하려면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할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영진은 여러 대화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질문거리를 제공해드렸어요.
이번 반상회에서는 참여자에게 하나의 재미난 웹 페이지를 제공해드렸어요.
CLI 환경을 묘사한 페이지인데 마치 리눅스를 연상시키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뒷풀이는?
처음엔 당연히 뒷풀이를 준비해드려야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100명이 육박하는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존재하긴하나..? 라는 생각과,
여기저기 수소문도 해보고 전화도 해봤으나 목요일 회식이 많은 시간에 단체 손님을 위해 테이블을 홀딩시킬 가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행사 당일 뒷풀이는 "각자 알아서!" 가기로 했답니다.
반상회 네트워킹 세션 경험이 좋았는지, 다들 어디로 갔는진 모르겠으나 많이 가시는 것 같더라구요
부디 좋은 인연이 맺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뒷풀이는 늘 느끼는거지만 운영에서 정말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과감하게 (전략상)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뒷풀이에 참여했고 약 1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자리했는데, 다음날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새벽까지 수다도 떨고 술도 마시면서 택시를 타고 귀가했어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굿즈 자랑
굿즈 역할을 담당해주신 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에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반상회 사회자로써
행사 당일에 임기응변과 가까운 진행을 했었어요.
우려했던것과 달리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어 안도했어요.
다들 통제도 너무 잘 따라주시고, 발표자분들도 딱 떨어지는 시간 준수에, 빠른 진행하다보니 약간의 여유 시간도 남아서 마지막에 셀카를 찍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사회를 볼 때 누군가의 표정, 통제를 벗어나는 동선 등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지 꽤 무뎌지기도 했고,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자"라기 보다는 "모든 사람을 충족 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아요.
이런 행사 진행을 하면서 긴장을 했던건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조차 나질 않고, 이젠 어떻게해야 한 사람이라도 더 만족시킬 수 있을까?는 고민을 하는 것 같네요.
모든 운영자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불만은 항상 발생하더라구요.
네트워킹 시간이 짧아요! -> 시간을 늘림 -> 네트워킹 시간이 길어요! -> 시간을 줄임 -> 무한반복
결국 정답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상태였기에,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하셨던 성윤님도 이 부분에 공감을 해주셔서
마음 편하게 진행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스킵된 발표는..
처음엔 아예 하지 않으려했어요.
그런데 네트워킹 시간에서 이 발표를 꼭 듣고 싶었다는 분이 계시기도 했고, 뒷풀이에서도 이런 얘길 들었어서
아 수요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몰라 만족도 설문을 급히 변경해보았는데요.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만약 하게된다면 오프라인으로 해보고싶은데 진행을 하게 된다면, 발표 후기에 대한 글도 따로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하며
반상회에 큰 도움을 주신 운영진분들과 준비위원회분들께 너무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고, 원활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 해주신 모든 참여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글쓰기는 실무를 하면서 정말 중요한 역량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글쓰기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글또에 함께 합류해보시는건 어떠신가요?
두 팔 벌려 환영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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