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터즈라는 IT 연합동아리 회장을 하고 있으며, 신규 회원 모집 서류 검토 단계에서 가졌던 생각을 담아 둔 글입니다. 그렇기에 내용이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제: 수백명의 서류 검토를 해보았다
서론
정말 정말 정말 많은 분들이 신입 회원 서류를 접수해 주셨다.
사전 모집 알람 신청자가 2000명에 육박하니 어느 정도 지원 했을지는 여러분의 생각에 맡기겠다.
넥스터즈 회장을 인수인계 받을 때만 해도, 학부 학회장 경험이 있으니까 그래도 할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학회장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아무튼,
난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고 빨라야 저녁 7시 이후에 개인 시간을 낼 수 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1인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부담감이 큰 상태였다.
서류 검토뿐만 아니라 넥스터즈 후원 요청도 발품을 팔고 있던 시기라 정말 정말 올해 들어 가장 바쁜 시기였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물리적으로 시간적인 압박감이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만큼 서류 검토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다양한 지원자, 간절한 지원자 분들께 면접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서류 결과 발표 이후 피드백을 해달라는 간절한 지원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이 또한 정말 많은 문의가 있었으나, 내부적인 평가 기준을 공개하기란 쉽지도 않을뿐더러 “지원자님은 우리 평가 기준 중 이러한 평가 항목 때문에 떨어졌으니 다음에 보충하세요”라는 말을 하며 [우리만의 평가 기준]이라는 틀에 가두고 싶지 않았다.
능력이 출중하지만 이번 기수의 핏에 상대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서류 평가 기준을 들먹이며 설득하기란 또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이걸 한분 한분 응대할까 고민하다가 끊임없이 오는 메일에 생각을 접게 되었다.
한분 한분 다 봐드리고 자세한 피드백을 할 수는 없지만, 이 글에서 수백 개의 서류에서 이번 기수의 핏과 더 잘 맞는 사람을 어떻게 판별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적어보려 한다.
나의 서류 검토 가치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고작 2주 남짓한 시간 안에 이 서류를 다 볼 수 있을까 우려되었다.
옛날에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대기업에 서류를 넣으면 서류 검토 담당자들은 바닥에 서류를 깔아 두고 발로 슥슥 치운다고.. (풍문이니 오해하지 말자)
그 만큼 지원자가 많고 주어진 리소스(검토자의 수, 데드라인 등)가 한정적이기 때문인데 그 말이 너무 이해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 안 했다..)
난 아래와 같은 규칙을 지키기로 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서류 내용을 읽어 볼 것
객관적인 판단으로 배점이 부여되지만, 이 배점을 매길 수 없는 사람을 먼저 판별하기로 했다.
즉, 바로 탈락하는 인원이다.
서류에서 바로 탈락되는 지원자
아래 경우에 해당된다고 해도 제출한 내용 모두 읽어보았으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첫째, 자기소개서로 파악이 힘든 지원자
서류에서 가장 우선시했던 것이 열정이다. 열정은 다양한 방법으로 피력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모든 서류 검토자가 봐도 내용이 너무 없고, 앞으로의 목표도 없고 “그냥 있길래 지원했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면 가차 없이 탈락했다. 극단적인 예로 모든 항목이 200자가 되지 않는 지원자도 있었다.
또한 어디서 복붙 해온지는 모르겠으나 기업 자소서 내용을 그대로 복붙 한 지원자도 있었다. 이 경우 당연히 눈에 보인다.
둘째,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전혀 증명할 수 없는 경우
자신의 활동, 프로젝트 등을 포트폴리오나 github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github을 봐도, 포트폴리오를 봐도 알 수 없는 지원자가 있다.
이번 지원자 대부분은 노션을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는데, 이 노션 페이지가 자기 자신만 접근 가능한 사용자가 꽤 있었고, 전혀 열람할 수가 없었다..
이건 사실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
이런 지원자분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려 전체 공개로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말이다..
이 경우도 가차 없이 탈락이었다.
셋째, 서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포폴
가장 먼저 기억나는 예시가 1일 1커밋이다.
꾸준함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1일 1커밋을 하고 있다는 지원자 분들이 정말 많이 계셨다.
난 1일 1커밋을 하고 계시다는 분들은 잔디 내역을 하나도 빠짐없이 직접 클릭해 보았다.
단순히 커밋을 하기 위해 깊이가 없는 커밋을 한다던가(대표적인 예로 README 살짝 수정하는 게 많이 보인다던가), 잔디를 채우기 위해 커밋 날짜를 수정한다던가 등 유독 자세히 봤다.
이 과정에서 제법 많은 지원자 분들이 필터링되었다. 하나하나 찍어보는 게 시간 소요는 클지라도 1일 1커밋을 위해 커밋을 하는 사람인지 공부를 한 후 기록을 위해 1일 1커밋을 하는 사람인지 가장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좀 변태 같은 방법일지라도 간절한 지원자를 면접까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검증과정에서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1일 1커밋으로만 판단하진 않았다. 다른 커밋 내역, 프로젝트 기여도 등을 모두 고려했다.
반대의 케이스로 면접까지 올라오신 분 중 진짜 1일 1커밋을 400일 넘게 실천하시는 분이 딱 한 분 계셨는데, 면접관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분의 멘탈(?)이 걱정되었다. 실제로 면접 때 1일 1커밋에 대한 강박은 없는지 번아웃은 없는지 원동력은 뭔지 물어보기도 했다.
반응은 이랬다.
ㅇ_ㅇ 아무렇지 않은데요..
넷째, 기여도가 아쉬운 지원자
이 사람이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기여했을까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github repository의 contributors를 보면 그 사람의 커밋 내역과 커밋 개수, 빈도 등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개개인의 커밋 내역을 직접 살펴보고 작성한 코드, 수정한 코드 등을 모조리 살펴본다.
이렇게 살펴보지 않았더라면 문서 작업만 하신 분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섯째, 넥스터즈가 이용 수단임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지원자
엄밀히 말하자면 넥스터즈를 통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직에,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건 결과여야 한다.
노골적으로 “이직을 하려고 하는데 넥스터즈에 지원했다.”, “취업을 하기 위해 넥스터즈에 지원했다.”처럼 이 목표가 달성된 후의 지원자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자기소개서가 종종 있었다.
백 번 이해하고 의미도 알고 있다.
다만 우리가 사람과 대화를 할 때도, 어떤 의미를 전달할 때도 전달하는 방법에는 정말 많은 선택지가 있다. 노골적으로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 의도는 숨기고 좋게 회유하는 방법 등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전자가 효과적일 때가 있지만 보통 후자를 선택한다.
우리는 이를 “화법”이라고 부른다.
사실 이 영역은 서류 검토 담당자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냐에 따라 운이 작용하는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건 둘째 치고, 어떤 노골적인 목적을 드러내는 사람보다 정말 간절해 보이는 사람과 그만큼 노력한 사람, 넥스터즈라는 활동 안에서 이 사람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할지에 대한 모습이 그려진다면 그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기로 했다.
어떤 사람이 면접을 볼까
이번엔 반대로 어떤 사람이 면접까지 갈 수 있는지 확실한 면접 대상자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첫째,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거나 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한 지원자
위에서 이어지는 내용이긴 한데, 소제목만 보고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간혹 자소서를 보다 보면 넥스터즈 합격이 최종 목표인 분들이 더러 계시다. 물론 이 중 면접을 보신 분들도 계신데 이런 케이스 말고, 더 확실한 케이스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내 목표는 넥스터즈에서 어떤 프로젝트나 어떤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최종적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넥스터즈 안에서 어떤 어떤 활동을 하고 싶고 뿐만 아니라 어떤 목표도 달성하고 싶다.”처럼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거나 이 사람의 활동이 기대되는 케이스이다.
회사도 짧으면 몇 개월, 1년 만에 이직하는 판국에 연합 동아리가 평생 이 동아리에 몸담을 사람을 뽑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 지원자가 동아리 활동에 있어서 정말 열심히 할 것 같은지를 면밀하게 판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에 있어서 넥스터즈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어필에 성공하면 설득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둘째, 열정이 보이고 노력이 뒷받침되는 지원자
거의 매 기수마다 SSAFY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피드백하고, 나도 자기소개서를 가끔 작성하지만 문과/이과를 불문하고 글로 추상화된 무언가를 표현하기란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근데 신기하게도 이런 걸 보여주는 지원자 분들이 더러 계시다.
내가 얼마나 열정적인지, 그래서 이 열정과 내가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노력으로 성과를 만들었고 자신이 말하는 것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말한다.
이런 지원자는 드물긴 하지만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셋째, 가독성 좋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지원자
이미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에 대해서는 유튜브나 여러 매체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큰 문단을 읽기 전에 소제목으로 간략하게 요약해두는 것을 좋아한다.
그 소제목을 통해 다음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게 잘못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매우 추상적인 소제목이다.
실제로 읽을 때 처음에 소제목을 보고 갸우뚱하고 머릿속에 물음표를 백만 개 정도 그린다. 이후 특정 문단을 다 읽고 다시 소제목을 봐야만 “아~ 이래서 이렇게 썼구나~”하는 소제목들을 말한다.
마치 어떤 영화나 시리즈물에서 감독이 떡밥을 회수하는 듯한(?) 방법의 자기소개서인데 이 보다는 명확하게 소제목에서 어떤 내용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결과까지 제시하는 소제목이 좋았다.
소제목을 간단하고 핵심적으로 작성하시는 분들은 모든 문항에 있어서 글을 잘 쓰셨다.
여기서 내용에 알맹이가 있고, 포트폴리오나 본인 노력에 대한 성과에 큰 오점이 없다면 면접까지는 프리패스였다.
지원자가 괜히 궁금한 것들
학벌이 서류에 영향을 미칠까?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학교는 포폴에 적혀있으면 쓱 보고 넘어가는 정도이며, 위에서 주구장창 언급했듯이 프로젝트 내용, 기여도, 자기 계발, 학습 등을 보고 판단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리스펙 하는 부분과 이 내용으로 합/불을 결정하는 것과는 완전 별개라고 생각한다.
정말 치열하게 사셨구나 정도의 사견을 붙이고 그 외적인 것을 보고 판단했다.
포트폴리오, 꼭 필요할까?
이건 절대적으로 내 주관적인 의견이다.
이번 서류 검토에서 포트폴리오가 독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첨부해둔 각종 링크들에 접근을 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했고,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너무 옛날 내용인 경우, 노션에서 export한 pdf 파일 상태를 확인해보지 않고 제출하여 표가 일그러져 가독성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 이것 저것 여러 번 클릭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경우, 깃헙 레포 이름이 변경되어 404가 뜨는 경우 등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특색 있는 포트폴리오 디자인과 가독성도 좋고 모든 프로젝트의 라이브 URL, 배운 점, 기여한 점과 함께 각 기여한 점에 commit 또는 issue 링크까지 달아둔 지원자도 있었는데 실제로 이렇게 포폴을 만들어서 제출하신 분은 극소수였다.
이 글을 보는 독자가 봤을 때는 어떤 것에 더 눈길이 갈 것 같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애매한 포트폴리오(위에서 말한 여러 이유에 충족하는)라면 난 제출을 말리고 싶다.
기술 블로그, 필수일까?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요새 특정 키워드로 구글링을 하고 상위 몇 개의 블로그를 눌러보면 죄다 내용이 똑같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10개의 복붙 글보다(설령 개인 학습 용도일지라도) 하나의 정성 어린(본인이 직접 쓴) 글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고 서류 평가 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칼 같은 선택을 했던 이유
냉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소개서 하나 하나 읽어가며 느낀 것은 누군가에겐 정말 간절한 자리이기도, 누군가에겐 그냥 거쳐가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 선택 하나로 누군가의 2023년 상반기가 조금 더 색다르게 펼쳐진다는 것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난 더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적 압박 때문에 더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했다.
외전
넥스터즈 SNS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서류 발표 이후 한 지원자가 본인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 넥스터즈를 태그 하여 유쾌하게 올리신 분이 계셨다.
그걸 보고 이런 멘탈 좋은 사람을 떨어뜨린 게 아쉬웠고, 다음에 꼭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하며
글을 작성하는 이 시점에 개발자와 디자이너 면접도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참 독특한 경험이긴 한데 지원자들을 절대적으로, 상대적으로 평가하며 종합적으로 더 열심히 활동할 것 같은 사람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아쉽다”, “아깝다” 싶은 지원자들이 굉장히 많았고, 내가 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면 TO를 늘리고 총 수용 인원을 늘려서라도 면접까지 어떻게든 데려가고 싶은 지원자들도 많았다.
아까운 사람들을 두 번, 세 번, 열 번 보다 보니 나중엔 이름만 들어도 이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어떤 스택의 개발자인지 바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보고, 또 봤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누군가에겐 면접의 기회를. 누군가에겐 탈락을 준다는 것이 얼굴을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무튼 두서없는 글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았다. 적고 보니 나름 머릿속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고,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했기 때문에 가독성이 썩 좋지 못한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독자가, 내가 잘나서, 잘해서 누군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또한, 주관적인 내용이 많지만 서류를 작성할 때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이 내용과 본인의 가치관을 적당히 타협하여 양질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바라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이번 넥스터즈에 지원한 모든 지원자들이 훗날 원하는 목표를 모두 이루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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