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취업이 너무나도 어려운 시기에 개발자 취업을 꿈 꿔왔던 멘티가 있었습니다. 결국 치열한 노력 끝에 취업에 성공하여 기쁜 소식을 전해줬어요. 하지만 몇 개월 후, 제게 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힘들다, 퇴사하고 싶다"라는 지쳐있는 이야기를 말이죠.
저는 몇 가지 제 경험과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대기업 공채 입사 이틀만에 퇴사를 결심한 이야기부터, 이직을 한 순간까지 어떻게 버텼는지, 그 과정에서 스스로 느낀 점들에 대해서요.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는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퇴사나 이직은 특히나 어렵고 고민되는 선택지 중 하나일 겁니다.
이 글은 퇴사라는 단어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혹은 아직은 멀게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퇴사를 고민하게 될지도 모를, 4년차 이하의 개발자들을 위해 썼습니다. 조금 철학적일 수 있지만, 고민의 순간마다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 더 명확하게 바라보고,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는 데에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들
저 역시 누구나 꿈에 그리던 대기업의 공채로 입사했지만, 단 이틀 만에 퇴사를 결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에서의 안정적인 커리어를 꿈꾸기에, 제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때 당시 저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일의 양이 많고 스스로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을 느끼며 만족감을 얻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입사했던 기업에서는 모든 것이 시스템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었고, 퇴근 후에는 일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좋은 환경이라 이야기했지만, "이러다 성장이 멈추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퇴사(이직)를 결심했고, 2년 동안 이직을 준비하면서 진정 제가 원하는 환경을 찾아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환경에서 억지로 버티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죠.
주니어 개발자들이 퇴사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저처럼 성장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기대와 다른 회사 문화나 업무 스타일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사수의 부재처럼 적절한 피드백이나 지도가 부족해 막막함을 느낄 수도 있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여러분의 고민을 존중합니다. 이제, 여러분의 다양한 고민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해보려 합니다.
감정을 분석하기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감정이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세요. 단순히 피로감에서 오는 건지, 성장의 한계를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문제 때문인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고민을 명확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어떤 순간에 퇴사하고 싶다고 느꼈지?"
- "내가 원하는 환경은 어떤 모습이지?"
이런 질문을 던지다보면, 퇴사가 단지 감정에서 비롯된 결정인지, 진정한 욕구와 목표에서 비롯된 결정인지를 구분하게 됩니다. 퇴사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게 되죠. 결국,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될 겁니다. 나에게 진정한 행복과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피할 수 없게 돼요.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저는 "행복하게"라고 답합니다. 이 대답은 사실 저의 퇴사 기준을 비롯한 많은 선택의 중심에 있습니다. 직장은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직장에서의 경험이 삶의 행복에 깊이 연결됩니다. 직장이 저의 행복 기준과 멀어진다면, 저는 퇴사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제 행복을 지키기 위한 필수 요소는 크게 3가지입니다.
건강, 자기 효능감, 그리고 성장이죠.
건강을 해친다면
어른들이 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때, 20대인 저는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20대는 누구나 비교적 건강하고, 제 몸이 튼튼하다는 믿음이 있었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열심히 구르자!”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건강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밤을 새워가며 일에 몰두하고, 몇 달간 수면을 줄여가며 필요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무리 속에서 신체뿐 아니라 정신도 지쳐가며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떤 좋은 직장이나 커리어 목표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요. 몸이 지치면 의욕을 잃기 쉽고, 정신적인 소진이 지속되면 자존감과 삶의 만족감 또한 떨어지게 됩니다. 만약 직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소진이 반복돼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느껴진다면, 퇴사를 고려할 것입니다. 아직은 하루 12시간씩 일하거나 주말이 없어도 행복하지만요.
자기 효능감이 없다면
자기 효능감: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 - 출처 위키백과
저는 일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자기 효능감은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역할을 맡아 내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단순히 결과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와 기여가 회사와 조직에 기여하고 있음을 느끼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자기 효능감이 살아 있는 환경에서 일할 때, 저는 성장의 원동력을 얻게 됩니다.
성장이 없다면
마지막으로, 저는 끊임없이 배우고 조금씩 나아가는 삶을 원합니다. 성장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많고,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작은 노력들이 쌓여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니어 개발자라면 당장의 성장이 보이지 않아 고민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경험들이 쌓여 큰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임을 믿고 나아가길 권합니다. 저는 이러한 성장의 과정이 저의 행복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가 회사에서 모두 충족될 때, 저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회사가 이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제 삶의 방향과 어긋난다면, 저는 퇴사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퇴사는 단순히 어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삶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퇴사를 결심했다면
깊은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면, 그 결정이 진정한 자기 이해와 가치에 기반한 것인지 점검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퇴사는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새로운 환경도 항상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퇴사를 더욱 신중하고 후회 없는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지금의 환경에서 내가 더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이 질문은 지금 직장에서 자신이 간과하고 있는 배움의 기회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업무가 다소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지만, 프로젝트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거나, 특정 기술을 더 깊이 파고들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사수나 선배가 있다면,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질문을 많이 던져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현재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배움이 무엇인지 탐색해 본다면, 떠나기 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퇴사를 통해 기대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단순히 현재의 불만에서 벗어나기 위함인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통해 특정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예를 들어, 만약 "지금 회사에서 내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이유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성장을 기대하는지를 정리해보세요. 기술적 역량을 높이고 싶은지, 더 큰 책임을 맡고 싶은지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이직할 회사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찾아야 할지도 명확해집니다.
다음 회사에서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모든 회사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새로운 곳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회사에서 상사와의 소통이 어려웠다면, 다음 회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때는 그저 회피하기보다는, 다음 환경에서는 내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소통을 개선하고 갈등을 조율할 수 있을지 미리 대비해 보세요. 이렇게 하면 반복적인 문제에 더 성숙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 연애처럼요.
지금 떠나는 것이 나의 경력에 도움이 될까?
경력 초반에는 여러 회사를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자주 이직하면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끝나기 직전이라면,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성과를 만들어 경력에 추가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한 경험이 경력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고 떠날 시점을 조율해 보세요.
퇴사의 달콤함
이직할 회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를 결심하는 것은, 특히 커리어 초반의 주니어 개발자들에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현재의 일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동안 몰아쳤던 업무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쌓인 피로를 떠올리면, 일단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퇴사 후 잠시라도 아무런 부담 없이 쉴 수 있다면 그만큼 달콤한 휴식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단지 ‘쉼’만을 위해 퇴사를 결정한다면, 그 달콤함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취업에 대한 부담이 슬며시 다가오고, 점점 압박감으로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쉬는 동안 충분히 회복하더라도, 커리어 공백에 대한 불안과 경제적인 부담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더라도, 퇴사 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보세요. 예를 들어, 퇴사 후 3개월 동안은 필요한 기술을 배우거나, 새로운 직장에 도전할 준비를 하며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단순한 휴식 이상의 계획을 세워두면, 잠시 멈추더라도 이후의 목표로 인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쉼은 나를 재정비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다만, 그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달콤했던 쉼은 곧 재취업에 대한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에필로그
퇴사를 고민한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자리에서 충분히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퇴사는 누구에게나 큰 결정이며, 특히 커리어 초반에 내리는 퇴사 결정은 그 무게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 더 명확히 바라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길 위에서 수많은 선택지가 여러분 앞에 놓일 것입니다. 때로는 현재의 환경에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때로는 새로운 환경에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감정과 목표에 솔직하게 귀 기울이며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며 나아가는 그 여정 자체가 여러분의 커리어를 더욱 빛나게 할 겁니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불안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과 커리어에 조금 더 가까워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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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런 지식공유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MSA 전환이 취미입니다.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몰입감있게 전달합니다.